헤즈볼라 기반 파괴로 북부 안정화 노리는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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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세력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북부 국경 지역을 안정화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 지역 주민 약 6만명이 지금까지 피난 생활을 해 왔다. 피난민 조기 귀환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력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거점 삼아 자국 영토를 위협할 수 없도록 기반 시설을 파괴한 뒤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속히 작전 목표를 달성해 장기 지상전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는 의도다. 하지만 수만명 규모의 병력과 각종 로켓, 미사일을 보유한 헤즈볼라가 레바논 곳곳에 구축한 지하 시설을 바탕으로 완강히 저항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은 30일(현지시간) 밤늦게 98사단 병력이 레바논 국경을 넘으며 시작됐다. 보병·공수·특수·기갑부대로 구성된 98사단은 1만~2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비슷한 시각 이스라엘 공군은 베이루트 남부의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1일 자국 지상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군사정보부대인 8200부대와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가 있는 텔아비브 외곽 글릴로트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지상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최근까지 지상군 투입 시점을 저울질해 왔다. 1인자 하산 나스랄라 사망 이후 헤즈볼라의 역량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지상군 조기 투입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때 헤즈볼라 소탕을 위해 지상전을 벌였다가 패퇴하는 굴욕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연이은 폭격에도 헤즈볼라의 항전 의지가 꺾이지 않자 지상군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 점령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하 시설을 활용한 헤즈볼라의 방어 전술에 말려들면서 별다른 소득 없이 34일 만에 철수했다.

이스라엘 측이 이번 작전이 ‘제한적, 국지적’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18년 전 교훈 때문으로 보인다. 복수의 이스라엘 관리는 악시오스에 “작전 목표는 정해져 있고 시간과 범위도 제한돼 있다”며 “남부 레바논을 점령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지상전이 이스라엘군 의도대로 풀릴지는 미지수다. 헤즈볼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2006년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지상전 개시 직전 국경 지역에서 철수한 레바논 정규군과 달리 헤즈볼라는 저항 의지를 다지고 있다.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영상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원한다면 저항 세력은 맞설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2006년처럼 승리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동 내 이란 세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에 동의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을 따라 헤즈볼라의 공격 인프라를 해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내에서 모든 이들이 찬성한 것은 아니어서 분열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지상전 개시 직전 페르시아어 자막을 붙인 영상 성명으로 이란을 자극했다. 그는 이란 국민을 향해 “이스라엘은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 여러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자유를 얻을 것”이라며 “광적인 (이슬람) 신정주의자 소수에게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짓밟히지 말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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